<나 혼자 산다>에서 코쿤이 10시간동안 스마트폰이랑 애플워치 없이 사는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이런 실험을 하게 된 이유가 최근에 어떤 책을 보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그의 책상에서 <인스타 브레인> 표지가 살짝 보였지만 왠지 그도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은 게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와 만화에 파묻히다 문득 이해했다. 끝내주게 재미있는 콘텐츠는 매우 희귀하다. 심장을 뛰게 하고 피를 빨리 돌게 하는 그런 이야기가 흔할 리 있는가. 그래서 온갖 이야기의 무덤 속에서 진짜를 발견하는 건 기적이 된다. 금은 돌 사이에 있다. 돌을 많이 접하지 않으면 금과의 차이를 모른다.
“여배우라는 호칭은 이제 여진구 배우를 부를 때나 사용하자. (…) 이제 더는 배우와 여배우, 교수와 여교수, 작가와 여류작가를 구분할 이유가 없음에 공감할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한국어 이야기를 하는 <말의 트렌드>에 이토록 쌈빡한 예시가…! 정유라 연구원 님 은근한 유머가 정말
보면서 문명특급이 아이돌의 노동량을 보여주기 위해, 고의로 넣은 장면이라고 생각 했다. 문특 밍키 PD는 아이돌이 직업인이라는 걸 저서와 인터뷰에서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으니까. 그 사람이 얼마나 바쁘고 피곤했는가가 아니라 하나하나 타임라인을 짚어서 판단을 보는 사람이 하게 해줬다.
이 스케줄 듣고 넘 화나고 기절할 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뭘까? 연예기획사는 자기네 아티스트를 뭐로 생각하는걸까?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님? 이런 스케줄을 우리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어?
본인이 힘든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 뭐다?
엔하이픈 미니 5집 [ORANGE BLOOD] 음감회 다녀왔다. 데뷔 만 3년을 앞둔 이 팀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시리즈들 중 가장 직관적인 방향성이 읽혀서 좋았다. Border, Dimension, Manifesto는 상대적으로 설득을 요하는 시리즈 타이틀이지만, Blood는 그보다 쉽고 그래서 [ORANGE BLOOD]도 쉽다.
장애인 가족의 입장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2화까지 박은빈 배우의 디테일한 캐릭터 소화력을 향해 감탄했다면, 이 드라마는 3화부터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시민됨이 구체적으로 스크린 바깥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가늠해보게 한다.
김소영 님의 책발전소에서 런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Bronte가 9/15에 오픈한다는데 몇 가지 라인업들 중 책꽂이. 나는 가구 단가에 전혀 감이 없는 편인데 한두푼이 아닐테지만 올 해의 남은 4분기도 힘내라는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선물 할 예정.. 안녕하세요.. 저는 첫눈에 반해버렸죠..
나는 이제 애도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 버텨주길 바랬고 살기를 바랬고 주어진 삶에서 다시금 희미하지만 분명한 활기를 찾기를 바랬다.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미안함과 자괴감에 휩쌓이는 날들이 너무 자주 찾아오더라도 함께 남은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늙어갈 수 있기를 바랬다.
고소인 입장문 중.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학교에서 직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20대 여성들은 점점 더 매 순간, 플랜 B, 플랜 C를 생각하면서 기획을 한다. 인턴이나 교육생으로서 자신이 원한 직업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일시적 느낌을 얻은 이후 반복적으로 ‘쫓겨나는 일’에 이들은 익숙해진다.” 김현미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마을 버스 탔는데 “센트리버아파트9단지”에 가려는 할머니가 승객들에게 여러 번 길을 물어보시더니 버스 내 전광판에 “센트리버나인”이라고 뜨는 거 보고 9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 보고 진짜 문제가 심각하다 싶었음. 잘 내리시긴 했는데, 왜 9단지를 ‘나인’이라고 쓰는거야?
필름클럽 <야구소녀> 에피소드에서 혜리 기자님의 말 진짜 공감. “저는 정말 자기 안의 고유한 메트로놈이 있는 사람이 늘 꿈이었는데 (저는 상대를) 만나면 맞추려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 그런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어딜가도 자기 속도를 딱 유지하는 사람 있잖아요.“
엔하이픈 신보의 트랙리스트와 타이틀곡 ‘Sweet Venom’ 미리듣기가 공개 됐네요. 싸비가 한 번 들으면 확실히 뇌리에 맴도는데, 사전음감회에서는 타이틀곡만큼이나 6번트랙인 이 곡의 영어버전에 대한 주변 반응이 특히 좋았습니다. 🤘🏻
#ENHYPEN
#ORANGEBLOOD
올 해의 영화는 <플랜 75>. 초고령화 사회의 대안으로서 7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안락사가 합법화 된 일본의 모습을 그린다. 다정한 할머니로, 표정이 못 생기지 않은 할아버지로 늙고 싶다는 소망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서 나를 본다.
가장 중요한 노래와 퍼포먼스도 좋았는데, 일단 타이틀곡만 말하자면 멜로디라인도 포인트안무 모두 의식하지 못한 새 따라하게 되는 후킹한 지점을 가진. 음감회 초대해주신 빌리프랩에 감사드리고, 개별 트랙들에 대한 감상은 앨범 발매 주간에 실컷 떠들겠습니ㄷ…🍊🩸
#ENHYPEN
#ORANGEBLOOD
그래서 온갖 허접한 이야기들 속에서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재미를 느끼는 건 오로지 스스로 개발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 황폐한 삶에 반드시 보답을 한다.” 2014년 8월에 트친님이 쓰신 트윗이라고 메모를 해뒀고 앞으로 이렇게 살겠다고 써 있다. 원문 트윗은 없어짐...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받는 교육은 우리의 인간적 불완전함을 포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고 자기 가치에 의문을 던지고 개선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보게끔 한다.” -줄리 제일링거라의 <포브스> 기고글 ‘왜 1980~90년대생 여성들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가’ 중에서.
아이돌 멤버들의 연이은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접하면 드는 생각이, 마치 직장인의 번아웃이라고도 볼 수 있을 이들의 상태가 평균 7년 단위로 엮여있는 계약관계와 불특정 다수에게 본인이 번아웃임을 드러낼 수 없는 특수한 직업적 이슈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잘 다뤄지지 않고 있구나 싶다.
“누구나 저마다 살림의 콘셉트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체크인 한 호텔방’이다. 퇴근 후 돌아 온 집이 체크인 한 호텔방처럼 아무런 생활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김교석, <아무튼, 계속>. 46p. 너무 대단하신 분. 나도 청소를 좋아하지만 이런 살림의 콘셉트는 떠올려본 적 조차 없다.
“불안은 경력이 쌓여도 가시지 않는다. 다만 불안해하는 이유가 달라질 뿐이다. 베테랑 작가는 새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이 이야기로 500쪽을 어떻게 채우지?’ 하고 걱정하지만, 쓰다 보면 어느새 ‘이 이야기를 어떻게 500쪽 안에 끝내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살벌한 각주를 보았나.
전작 [DARK BLOOD]에 이어 이 팀이 보여주는 다음 피(가 만약에 있다면)가 무슨 색깔일지 몹시 궁금해지는 앨범이었는데, 오감 중 단지 시각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고 팬들에게 또 다른 감각을 동원하게 한다. (이런 접근방식이 완전 요즘 까라(?)임.. 케이팝 하는 사람은 알면서도 이렇게 엔며든다..)
양재천 3분 거리에 브루마스터 장태순 님이 개장한 <아인마스터>. 독일 맥주 5종을 취급하는데, 스몰바틀/빅바틀을 병입해서 내어준다. (병입일자가 바틀에 표기 되어 있음.) 잔당 단가가 높은 편인데 공간 자체가 리프레쉬 된다. 도펠복을 주문하면 저렇게 재미난 이벤트가 있음. 무척 친절하심.
아 이건 뭐 예상은 했지만 공포에 가까운 독서입니다…🥴 관심경제에서 개��의 존재감을 만드는 구독, 좋아요, 알림이 하나하나 화폐단위가 되어버리는 문제에 대해 다루는 책. 임홍택 <관종의 조건>이 이론적 접근을 한다면, 정연욱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는 사례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장기미취업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씨리얼> 영상.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면접 때 받을 공백기에 대한 질문이 두려운 사람. 무너진 터널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 침대에 누워있다가 하루에 5-6시간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 많이 봐주시길.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
같은 엘레베이터를 쓰는 이웃이 산술적으로 32가구인데 다들 이사 가고 원주민은 4가구 밖에 없다. 내가 꼬맹이일 때부터 성장 서사를 봐오신 분들이고 나도 그들이 늙어가는 걸 봐왔으니, 그분들 한정 “시집 갈 때 됐지?”는 까방권 획득. 그냥 “what’s up bro~~~”로 받아들이게 됨.
“뚜껑이 열리는 작은 플라스틱 금고다. 핸드폰을 안에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다이얼을 돌려 얼마나 오랫동안 핸드폰을 가두고 싶은지 설정하면 된다. 그러면 끝이다. 뚜껑이 잠겨서 망치로 상자를 부숴야만 핸드폰을 꺼낼 수 있다”라면서 케이세이프 라는 도구 얘기가 역시 이 책 157쪽에 나옴.
스타벅스에 대해서 기가 차고 아무 말도 얹고 싶지 않지만... 어느 한 축이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추악한 면모를 가진 것과는 달리 다른 축에는 분명히 좋은 부분이 있을 경우, 전자 때문에 후자가 간과되는 걸 볼 때 진짜 어지럽다. 스타벅스는 분기별로 꾸준히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있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각종 차별에 대해 엄근진한 자세를 취하는 대신 독자가 ‘아 나도 어느정도는 차별 천재였구나’ 하며 가늘고 긴 여운을 남기게 만들고 있음. 늘 개선 되기를 원하는 종류의 차별이 있는가 하면 살면서 고민을 거의 안 해 본 종류의 차별이 있다.
“일이 잘 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보통의 퍼포먼스를 가지고 ‘아 나는 이제 안 되고 있구나, 내려가는 길이구나’라고 너무 빨리 생각해버리는거죠. 근데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그냥 하던 걸 계속 하는거에요. 좋은 퍼포먼스를 내려고 하는게 아니라.” 윽 다혜리님 제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