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타임라인에서 AI가 만든 이미지를 봤습니다. 얼핏 보기엔 굉장히 익숙한 사진 ��은데 구성 요소들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묘한 이미지였어요. 만약 AI가 더 많이 학습한다면 실제와 한층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게 될까요?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게 될까요?
마크 피셔의 «k-펑크» 1권이 출간되었습니다. «k-펑크»는 피셔의 블로그 게시물, 평론, 대담 등을 묶은 책으로, 1권에는 책, 영화, 텔레비전을 다룬 글이 모여 있어요. 편집자/작가인 대런 앰브로즈가 엮었고 사이먼 레이놀즈가 서문을 달았습니다(박진철, 임경수 옮김).
정치학자 웬디 브라운은 1999년에 쓴 <좌파 멜랑콜리에 저항하기>(강길모 옮김, «문화과학» 101호)에서 “잠재적인 풍부한 결실보다 불가능성에 더 집착하게 된 좌파, 희망에 가득 차 있음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성과 실패에 기대어 가장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좌파”를 매섭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푸코의 «말과 사물»(1966)은 “인간은 바닷가 모래 위에 그려진 얼굴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세계 대전 이후 여전히 휴머니즘이 우세하던 프랑스에선 많은 사람이 이 문장에 격분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인류의 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고 해요.
시몬 베유는 20세기 유럽을 덮친 정신적 위기를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선의 문제에 무관심해졌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별 차이가 없다는 이런 사고 방식은 유럽인을 권태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집단 수용���들에 반대하는 노력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됩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번역문 하나를 올립니다. 2019년 문화 비평가 토드 B. 그루얼이 «k-펑크» 엮은이 대런 앰브로즈와 <서문>을 쓴 사이먼 레이놀즈를 각각 인터뷰한 <가연성 희망>이라는 글이에요. 번역 및 게재를 허락해 준 온라인 잡지 «팝매터즈»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르고호의 선원들≫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게 무슨 뜻이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됩니다. Argonauts는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호 원정대를 가리키는 표현이에요. 하지만 매기 넬슨은 신화 자체보다도 아래와 같은 롤랑 바르트의 해석을 이 책 내내 울려 퍼지는 후렴으로 삼습니다.
어제(16일) 시인 앤 보이어Anne Boyer가 『뉴욕 타임스 매거진』 시 편집자직에서 사임하며 공유한 이 짧은 서한에 많은 이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어서 (보이어의 <언다잉>을 함께 작업해 출간해 주신 리시올/플레이타임 편집자님의 도움을 받아) 연대하는 의미로 남깁니다.
«나이 없는 시간»의 지은이, 마르크 오제의 부고를 전합니다(1935.9.2~2023.7.24.). 그는 오랜 시간 인류학자로 살며 인류학의 대상을 비서양에서 자문화인 현대 서양 세계로 확장했고, 삶에서 체득한 성찰과 인류학적 관찰을 결합한 ‘자기의 민족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명복을 빕니다.
«관광객의 철학»을 출간하고 소개하는 동안 저희는 또 한 권의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번엔 '성인이 되지 못하는 노동 계급 청년들 이야기'를 다룬 사회학 저작이고, 분석적인 동시에 무척 생생하고 가슴 아픈 책입니다. 추석 연휴 끝나고 세상에 내보낼 계획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얼마 전 프레드릭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한국어판이 마침내 출간된 데 이어 이번 «문학과 사회» 여름호(138호)에는 제임슨의 2014년 인터뷰(발표는 2016년)가 번역되어 실렸습니다. «리얼리즘» 옮긴이인 박진철 선생님께서 번역한 글이에요!
얼마 전 «부흥 문화론»의 지은이 후쿠시마 료타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영화 작가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비평한 글을 읽었어요. 일본의 웹진 Real Sound에서 시작된 새 연재 첫 글인데, 감사하게도 블로거 VADOMORI 님께서 한국어 번역을 해 두셨더라구요!
시몬 베유는 1938년경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이를 베유의 신학적 전환이라 부르곤 합니다. 이 전환의 배경과 내용은 무엇일까요? 초월적인 위안을 찾아 나선 걸까요? 그런데 ‘위안’만큼 베유와 거리가 먼 지향점도 없습니다. 그는 오히려 고통과 불행을 온전히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k-펑크» 1권을 내자마자 기대 이상의 성원을 받고 많은 분이 피셔의 글에 목말라하고 있었음을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피셔는 우리에게 아직 조금 낯선 비평가고, 그래서 책을 만들며 k-펑크를 항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부록들을 준비해 출간 후에 공유했습니다. 그것들을 타래로 정리해 보려 해요.
지난주에 후쿠시마 료타 초청 강연 소식을 전했는데요. 마감 중이었지만 더없이 귀한 기회라 저희도 다녀왔습니다! 질의응답을 제외하면 한 시간 내외의 짧은 강연이었지만, “현대 일본의 사상 과제”라는 포괄적 주제를 압축적으로 포착하는 놀라운 시간이었어요. 인상에 남은 장면을 요약해 볼게요.
«푸코»의 ‘개정판 옮긴이 후기’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는 2021년 기 소르망의 고발로 불거진 ‘푸코 스캔들’을 검토하며 시작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곧 소르망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영미권과 한국에서는 (고발의 빠른 확산과 달리) 이런 결론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어요.
«읽기»와 비슷한 시점에 엘렌 식수의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신해경 옮김, 밤의책) 한국어판도 출간됐습니다. 언어에 비상한 주의를 기울이는 이 책 서두에서 식수는 “글쓰기(writing)는 적절한(right) 학교”라고 말해요. write와 right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한 멋진 언어 유희인 것이죠.
≪아르고호의 선원들≫을 펼치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독특한 구성일 겁니다. 짧거나 긴 문단들이 들여쓰기 없이 이어지고 문단 사이에는 한 줄 또는 두 줄을 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상 모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저희는 이런 구성과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 보길 제안하고 싶습니다.
마크 피셔의 첫 책으로 2018년 번역돼 한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자본주의 리얼리즘»(박진철 옮김) 2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원서 2판을 따른 한국어 2판은 피셔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이들의 <서문>과 <서론>, <후기>를 수록했고, 번역과 본문 디자인을 소폭 손질했습니다.
🎉선물 같은 소식🎁미셸 페어의 2007년 논문인 <자기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것, 혹은 인적 자본의 열망>이 «문학과 사회» 2023년 봄호에 번역됐어요. «피투자자의 시간» 옮긴이인 조민서 선생님께서 번역하셨고 해제 격인 <신자유주의적 인간의 조건>도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moonji_books
리시올/플레이타임은 2021년에 네 종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옮긴이 선생님들과 함께 한 권 한 권 진심을 다해 공들여 만들었어요😊그래선지 출간 후 접한 여러 형태의 반향에서 큰 짜릿함과 보람을 느꼈고요. 연말을 맞아 이 경험들을 되새기고 여러분과도 공유해 보려 해요💜
시인 황인찬 선생님께서 알라딘 올해의 책에 «피투자자의 시간»을 꼽아 주셨습니다🎉“이 책을 읽는다면 그 불분명함과 모호함까지가 우리가 서 있는 자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일이 어쩐지 불안하고 불투명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에게도 이 책이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손지상 작가께서 기획회의» 506~509호에 네 차례에 걸쳐 «감정화하는 사회» 서평을 기고하셨습니다. 단순한 서평이 아니라 «감정화하는 사회»의 논의와 여타 이론/사례를 통해 ‘생각을 위탁하는’ 최근의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한국) 사회 비평에 가까운 시리즈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되도록 준비 중인 책을 미리 공개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다시 소개한 기념으로! 그의 마지막 강의를 엮어 올해 1월에 출간된 «포스트자본주의적 욕망»도 저희가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번역 출간까지는 많이 남았지만 무사히 출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근황) 리시올/플레이타임은 현재 여러 권의 편집을 동시 진행 중입니다. 두 권은 거의 마무리 단계예요. 저희로선 드물게😭8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세 권(!!)을 출간하려 맹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여름 건강히 나시길 바라고, 곧 출간 소식과 함께 다시 몰아치겠습니다🔥😈
마크 피셔는 2003년 블로그 k-펑크를 열었습니다(이전 시기와 블로그명의 연원에 관해서는 «k-펑크» 1권 앞부분을 참조해 주세요). 당시는 블로그가 새로운 유형의 토론장을 마련해 준 초기였고, 불안정한 처지에 있던 온갖 유형의 지식인-괴짜가 모여들어 주장을 개진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앤 보이어의 에세이 한 편을 공유합니다. «언다잉»의 전작인 에세이 모음집 «어긋난 운명 안내서»(A Handbook of Disappointed Fate) 첫 글로 수록된 <아니오>(No)입니다. 보이어가 무엇을 쓰고자 하며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