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네것이었나요.인용구를 정확히 찾을 수가 없지만, 광활한 우주의 시공 가운데 지금 여기 살아있는 우리가 닿을 수 있는 최선은 서로에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최대한 친절히 대하다 죽는것 뿐입니다. 이보다 거창한 삶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를 만나면 의심해야 합니다.
<해피니스>, <구경이>,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정확한 각 작품의 기획시기는 모르지만, 영화가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완성된 채 해묵고 배급 병목현상 해소를 기다리는 동안 드라마가 새로운 현실과 그것이 시동을 건 상상력, 변화한 문제 의식을 따라잡고 있는 인상이다.
<서프러제트>관객은 기억하시겠지만,1913년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스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문구를 새긴 옷을 입고 달리는 경주마들 사이에 몸을 던져 숨졌습니다.여성을 지우는 선거 캠페인에 지쳐 투표를 포기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잠재적 성별은 편향을 지속할 것입니다.
11월은 저의 최애 계절입니다.특별한 명절이 없는 것도, 제가 동경하는 사람들의 생일과 몰일이 유난히 많은 것도, 초라한 제 내면과 헐벗어가는 자연의 변화가 모처럼 일치하는 것도,이 달을 편애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온전히 11월을 바라본 적이 있었나 돌아보면, 어떤 한 해도 그렇지 못했어요.
넷플릭스에 2016 칸 영경쟁에서 상영된 <아쿠아리우스>(Aquarius)가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가 있네요. 소냐 브라가 주연 영화로, 평생 살아온 아파트로부터 퇴거를 거부하는 위엄있고 아름다운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제에서 좋아했는데 개봉되지 않아 다시 볼 기회가 없었어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 언제나 그것에 따르는 책임이 초대하지 않아도 따라옵니다. 그냥 좋고 그냥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면 편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좋아한다는 그 말에 내 일부를 던져요. 왜? 어떻게? 거기엔 필연적으로 나의 시간과 정체성이 끌려들어가고 질문이 이어져요.
길채가 조선에 돌아온 이후 가족과 친구의 행태를 보여주는 드라마 <연인>의 오늘치 전개를 보며 서사가 한 계단 성큼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도로 맺어지건 말건 나의 핵심을 '알아보고' 올바른 이유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강력한 삶의 지지대가 되는지도 생각했다.
여러분의 일상을 늘 상상합니다.공부와 일 사이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과 잠들기 전에 또 이튿날 여가를 쪼개 씨네21을 읽고 필름클럽과 조용한 생활을 듣고, 아무 대가없이 영화에 관한 생각을 적어보내주시는 여러분과 저 중에 누가 더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귀엽다는 탄성과 위로는 개와 같이 살며 얻는 것의 일부다.인간 아닌 동물과 같이 살면, 보이지 않던 세상의 모퉁이와 낮은 곳들이 보인다. 전혀 몰랐던 공포와 호기심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고, 실망과 환희,고통과 죽음에 대한 다른 체계의 지성이 존재함을 배우게 된다.
3년 전 이사 오고 얼마 후 옆집에서 베이비 샤워하는 걸 알았다. 얼마 후 아로하가 내게 왔고 이웃 아기도 쑥쑥 자랐다. 아로하는 다른 소음은 경계하면서도 옆집 친구의 삑삑이 신발 소리에는 평온했다.오늘 산책길에서만난 아가는 내 개에게 손을 내밀며 "아..오..하!"라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개와 살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 너무나 온전히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존재를 매순간 보게 되니, 영화나 책이나 음악에 대해 덜 감탄하게 된다. 동시에, 개의 귀와 이마와 숨과 함께 오르내리는 배와 따뜻한 향이 나는 발바닥을 차례로 지켜보다보면 그렇게 순연히 이어지는 문장을 쓰고 싶어진다.
내 개 아로하는 내가 도마 위에서 뭘 써는 똑똑 소리가 나면 제일 신나한다. 주방 두 걸음 앞까지 다가와서 눈을 빛내며 지켜본다. 난 행복해하다 생각한다. 먼훗날 네가 내 곁을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나는 당근이나 감자를 썰다가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고 울겠지. 하지만 그것도 다 견딜거야.
산책이 유일낙인 같이 사는 개가 골절상을 입어 개모차에 태우고 우리의 코스를 돌며 가끔 내려주기로 대신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어느새 타티가 냄새맡고 변보길 좋아하는 수십 곳을 다 외고 있는 걸 알았다. 타티가 아니었으면 그냥 모퉁이고 화단 가장자리였을 점들이 모두 장소가 되었다.
"타인은 지옥"이란 말에 끄덕인 시기가 있었다.어떤 타인은 지금도 내게 거의 지옥이다.그러나 그들조차 나를 정의하는 여집합이다. 우린 태어난 순간, 이 별에서 지옥같은 타인을 포함해 다른 생명과 공존할 최선의 방도를 강구할 의무를 받아들였다.예술도 정치도 그 방도의 일환이기에 중요하다.
Name : Jinhee
Female, 25kg. Approx. 8-9 years old.
Heratworm negative. All the vaccines done (HDPPL, Corona, Kennel cough, Rabies, Canniflu)
Flea & ticks preventions done
House broken. ( Even at shelter she absolutely needs to go for walk to do business. )
명절맞이 탁묘중인데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몸소 책상에 오르셔서 원고를 대신 써준신다. ‘미래의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인데
“ㅜ————————ㅗ” 라고 쓰시더니 잠시 후 돌아와 “ㅐㅔㅔㅔ8888”이라 덧붙이심. 뭔가 지혜로운 말씀같아서 인간어로 번역해 송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패터슨>을 복습한 오늘. 일과 끝에 탄 마지막 택시의 여성기사님이 말했다 "전 제 일이 좋아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라보면서 거리를 다닐 수 있으니까요. " 그리고 마침 수영이 취미라는 기사님과 나는, 한적한 주말 구립 수영장에서 느끼는 행복에 대해 수다를 나눴다.
같이 사는 개 아로하 샨티 킴에 대해서 소개하는 방법은 만 가지쯤 있겠지만 그 중 하나만 꼽는다면.. 아로하는 <위니 더 푸> 에서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우에게 자주 던지는 “바보 곰돌이 녀석..“이라는 다정한 핀잔에 담겨있는 오만감정을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게 해 준 강아지입니다.
<로봇 드림>. 알고보니 또 다른 '패스트 라이브즈' .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체에 속으면 안된다. 관계에 대한 성숙한 시선과 9.11 이전 뉴욕의 도시교향악이 여기 있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리면서도, 삶의 가장 빛나고 좋은 것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유한한 시간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BIAF에서 윤가은 감독님이 보자마자 추천해주신 <환상의 마로나>( <Marona's Fantastic Tale / L'Extraordinaire Voyage de Marona>)를 로테르담에서 드디어 보았다. 90분 내내 울다가 산산조각난 나를 아직 주워담기 힘들다. - Tra... 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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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뭘까 생각해보면 이제 읽기 원하는 이가 극히 적다는 면에서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삶의 모든 것을 붙들어 자리를 찾아주는 행위이니 모든 것이기도 하다. 쓰지 않고는 못사는, 재능이 넘치는 경우가 아닌데 어찌어찌 글쓰기로 살다 이즈음 말년에 접어든 자에겐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아로하를 사랑하지만 혼자 멀리 걷고 싶기도 하다.타티를 사랑했지만 홀로 여행하고 싶기도 했다.여러 의미로 영화 덕분에 살아올 수 있었지만,영화없이도 살수 있는지 알아보고싶다.글쓰기는,반대로, 글이 날 원하는지 알아보고싶다.그럴리 없지만. 이런 것들을 확인하려면 텅 빈 시간이 필요하다.